저희 반제국주의 학습모임 반격은 4월 12일에 <우리는 왜 팔레스타인과 연대해야 하는가> 토론회에 참여하여 현재 연대운동의 문제들에 관해 발언하였습니다. 제지로 인해 전체 발언 중 일부만을 이야기 할 수 있었기에, 원래 준비했던 전문을 SNS에 공유합니다.
문제의 본질은 제국주의에 있다.— 제국주의에 대한 반대구호를 전면화하고, 팔레스타인저항세력의 무장투쟁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야 한다.저희 반제국주의 학습모임 반격은 긴급행동에 참여한 이래로 연대체 자체의 노선과 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을 바라보는 관점에 관해 토론할 자리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습니다. "가자지구 하마스는 정당이더라도 테러리스트 아닌가요?" 답변 내용을 둘러싼 논쟁을 기점으로 토론회 개최 제안은 결국 수용되었지만, 오늘 자리 역시 공개토론회라는 이름이면서도 이런 질문을 피해가는, 정론적인 대중강연으로 변화하였습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연대사업을 어떻게 해나가야 할 것인가의 문제는 현 전쟁 자체에 대한 기초적인 인식의 문제를 바탕으로 하여 언젠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반격은 당초 토론회로 계획되었던 이번 포럼에서 플로어 토론 시간을 빌리고자 합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략의 본질은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에 있습니다. 이스라엘 건국은 수십만명의 팔레스타인 민중에 대한 집단학살과 인종청소를 통해 성립되었으며, 팔레스타인 민중의 시체 위에 건국된 이스라엘은 오늘날까지 76년 간 계속해서 팔레스타인 민중을 거주지에서 추방하고, 살해하며, 청소한 다음 자신들의 정착민을 이주시키는 식민지배를 지속해왔습니다. 학살과 무단정착에 기초한 식민지배가 76년 간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미제국주의가 중동을 지배하기 위해 1세계 백인 국가인 이스라엘을 지지, 지원해온 덕택입니다. 이스라엘의 정착식민주의와, 이를 76년 간 지탱해온 미제국주의의 규정력을 배제하고서는 현재 팔레스타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연대운동 내에서 제국주의에 대한 문제제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개진될 때면 언제나, 제국주의라는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하면 대중들을 설득할 수 없다는 논리가 등장했습니다. 과연 제국주의라는 단어를 기피하는 게 '대중적'인 걸까요? 이는 틀렸습니다. 문제의 본질을 언급하지 않고서는, 역사적 맥락을 언급하지 않고서는 팔레스타인의 현실을 결코 전달할 수도, 팔레스타인을 지지해야 한다고 사람들을 설득할 수도 없습니다.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팔레스타인 저항세력은 ‘이슬람 테러리스트’입니다. 그들의 소위 ‘테러’가 어째서 벌어질 수밖에 없는지, 어째서 정당한지를 말하기 위해서는 이스라엘의 식민지배에 관해, 그리고 미제국주의의 중동지배전략에 따른 이스라엘 지원에 관해 이야기해야만 합니다. 이스라엘과 미국의 제국주의라는 구조적 요소를 감추고 당장 일어나고 있는 이스라엘의 전쟁범죄의 잔혹성만 시혜적으로 강조할 경우, 결국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결론은 두 가지 밖에 없습니다. 하나는 양쪽 모두 잘못이 있고 전쟁은 나쁜 것이므로 서로가 분쟁을 멈춰야 한다는, 평화주의의 탈을 쓴 양비론입니다. 이는 연대운동 내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논리입니다. 실제로, 과거 평화주의 단체들은 ‘팔레스타인 저항세력의 민간인 억류가 포로교환전술이라는 서술은 하마스 옹호다’라는 식의 문제제기를 한 바 있고, 팔레스타인에 연대하겠다는 사람들 중에서도 이 문제제기에 대한 동조를 적잖게 보였습니다. 이는 결국 양비론의 연장선상에 불과하며, 팔레스타인 민중에 대한 진정성 있는 연대의 자세라고 할 수 없습니다. 다른 하나는 유대인들이 사악해서 이런 짓을 저지르는 것이라는 식의 반유대주의입니다. 이는 당연히 수용될 수 없고 근절되어야 할 인종주의입니다. 하지만,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의 문제를 회피하고 은폐한 채로 현상을 설명한다면 양쪽 모두 나쁘다거나, 혹은 유대인들이 나빠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거나 하는 논리로 밖에는 귀결될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한 사실입니다. 제국주의에 대한 문제제기를 회피하는 태도는 양비론으로 이어졌고, 양비론은 구호의 후퇴를 불러왔습니다. 일례로 정착식민주의와 집단학살을 통해서만 국체를 유지해온 이스라엘의 패배를 기원하는 구호였던 “Down Down Israel”은 ‘이 분쟁은 어느 한쪽이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다’라는 논지에 의해 집회에서 추방되었습니다. 어째서 이 분쟁이 어느 한쪽이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란 말입니까? 현재의 전쟁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식민지배에서 기인했다는 구조적 본질을 이해했다면, 그리고 긴급행동의 정세관과 노선이 이러한 이해에 근거했다면, 상술한 양비론적 논지는 나올 수 없었을 것이고, 구호의 후퇴 또한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Down Down Israel”이라는 구호는 다시 돌아왔지만, 추방 논의의 근간에 있던 본질적 문제는 끝내 논의되지 않았습니다. 가자지구에서 철군하는 척 하던 이스라엘은 결국 라파에 대한 직접공격을 결행 하였습니다. 이스라엘이 공격을 멈춰야 한다는 구호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스라엘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학살마 군대는, 전범국가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숨쉬고 있는 팔레스타인 민중을 하나도 남김없이 살육할 때까지 공격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잔혹무도한 살육은, 팔레스타인 민중의 손에 남아있는 마지막 도시인 라파가 함락되는 그 날을 기점으로, 여태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규모로 확대될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라파에서 싸우고 있는 팔레스타인 민중과 팔레스타인 저항세력을 지지하고 연대하는 것입니다. 이스라엘도 나쁘지만 하마스도 나쁘다, 이스라엘도 나쁘지만 테러도 나쁘다는 식의 정세관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처참한 학살 앞에서 아무런 의미도 지닐 수 없습니다. 결국 이러한 의식과 입장은 제국주의 자체에 대한 문제의식의 부재에서 기인하는 것입니다. 올바른 구호와 올바른 노선은 올바른 상황인식에서 비로소 나올 수 있습니다. 제국주의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를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제국주의라는 단어를 전면화 할 때,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의 본질을 적극적으로 사람들에게 전하고 폭로할 때, 제대로 된 연대가 성립될 수 있습니다. 진정 팔레스타인 민중과 연대하고자 한다면, 팔레스타인 민중의 운명이 달려있는 라파 전투로부터 한 발짝 물러서 관조하며 이스라엘의 전쟁범죄를 규탄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합니다. 우리는 무장투쟁을 지지해야 합니다. 팔레스타인 민중의 무장투쟁은 생존투쟁입니다. 팔레스타인 민중의 싸움이 정당하다는 사실을, 그들의 투쟁이 승리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한국 사회 전체에 알려야 합니다. 이스라엘이 국가로서 존재할 권리를 들먹이며 이스라엘의 자칭 방어작전을 옹호하는 세력들에게 맞서, 이스라엘의 존재 자체가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에 기초해 있다는 사실을 폭로해야 합니다. 이스라엘의 식민지배가 세계제국주의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 반유태주의에 반대한다는 명분으로 팔레스타인 저항세력을 비난하고 있는 서구열강들의 가면을 벗겨야 합니다. 알 아크사 작전에서 점화된, 제국주의에 맞선 투쟁의 불길을 전 세계로 전해야 합니다. 그리 해야만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멈출 수 있으며, 그리 해야만 팔레스타인의 해방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들께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우리,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상으로부터 등을 돌리지 맙시다. 어느 한 쪽의 승리나 패배를 기원할 수 없다며 팔레스타인 민중들과 선을 긋지 맙시다. 양비론은 1세계인만의 특권입니다. 이 참상의 본질인 제국주의와 식민주의를 은폐하지 말고 직시합시다. 강에서 바다까지 팔레스타인이 해방되는 그 날까지, 제국주의와 맞서 싸우고 있는 모든 팔레스타인 민중과, 모든 팔레스타인 저항세력과 연대합시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도 이스라엘 정착식민주의와, 이를 지탱하는 미제국주의에 맞서 더 큰 연대를, 더 유의미한 연대를 이어나갑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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