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7월 1일, 반격은 서울 퀴어퍼레이드에 참여했습니다. 팔레스타인평화연대에서 진행하는 부스 운영에 함께하기도 했고, 행진으로 다른 참가자와 같이 마음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다음은 한 회원분께서 작성한 소감 겸 보고문입니다.
지난 7월 1일, 반제국주의 학습모임 반격 일원은 제24회 서울퀴어문화축제와 서울 퀴어퍼레이드에 참여했습니다. 정부 기관과 혐오단체, 일상 속의 억압에서 벗어나 우리들의 이야기를 펼칠 수 있던 장이었습니다. 차별을 없애고, 다양한 사회를 위해, "피어나라 퀴어나라"라는 슬로건답게 서비스 노동자들부터 미국 대사관까지 폭넓은 사람들이 모이고 함께 외칠 수 있던 자리였습니다. 또한 수많은 사람을 통해 앞으로 어떤 세상이 오게 될지 가슴 속에 느껴지는 하루였기도 합니다.
매 퀴어축제는 새롭게 달라지고, 참가자들은 새롭게 알아가고 느끼고 즐기면서 가슴 속에 인상 깊은 경험을 남기도 합니다. 그러나 2023년의 축제는 이전의 다른 때와 확실히 다른 방식으로, 다른 느낌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퀴어 혐오 세력과 서울시의 차별행정으로 인해 서울시청 잔디광장을 뺏긴 것이 제일 큰 이유였습니다. 이로써 처음처럼,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축제가 진행되었습니다. 2000년에 열린 1회 서울 퀴어퍼레이드가 대학로에서 진행된 것처럼, 도로를 한 발짝씩 내걸으면서 앞으로 전진하게 되었습니다.
아주 예전부터,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서울퀴어축제의 장소로 시청광장을 사용하기 위해, 소수자라는 시민들에게도 공개된 장소를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습니다. 그리고 당시에도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 실패, '동성애 지지할 수 없다'던 서울시장 발언, 거리 행진을 옥외집회라며 불허하는 경찰청, 혐오 세력의 알박기 집회신고 등이 자행되었고, 여러 번 좌절되는 고통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2015년 알박기 집회로 날짜와 장소가 변경되는 상황 속에서, 16회 서울퀴어문화축제는 6월 28일에 처음으로 길거리가 아닌 서울광장에서 열리게 되었습니다. 이후로도 매년 계속 광장을 사수하기 위해 줄서기나 1인시위, 행정 민원신고 등 각고의 노력이 진행되었고, 그 결과 코로나 시국 비대면 2년을 제외하고는 서울시청 광장에서 퀴어축제가 열리게 되었습니다. 이전까지 노력해 온 역사를 위해. 이뤄낸 것들을 지키고 유지하고 나아가기 위해. 주변부로 소외되어 온 사람들이 대한민국의 중심부에서 '나'를 외치고 존재할 기회를 위해.
그렇게 차별금지를 반대하는 목소리에 맞서 싸워온 역사는 2023년 7월 을지로 2가에서 축제를 개최하며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단체 일부가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서 어린이-청소년 행사는 우선적으로 고려된다는 점을 이용해서 '청소년-청년 회복 콘서트'라는 허울뿐인 행사를 기획했고, 서울시와 경찰의 방조 아래 마침내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보수 개신교들이 장악하게 된 것입니다. 또다시 퀴어들을, 약자들을 기존의 자리에서 방출시켜 거리로 내몰리도록 만들었습니다. 어찌 보면 그동안의 노력과 성과가 물거품이 됐다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퀴어와 앨라이들은 당당히 외치기 위해 모였고, 즐겁게 축제를 보내며 웃었습니다. 혐오를 조장하고 방관하는 서울시의 차별행정을 규탄하고, 허울뿐인 "약자와의 동행"을 폭로하고, 정상성을 강조하는 사회에 맞서 다양성을 외쳤습니다.
7월 1일은, 그 이전까지 지속된 극심한 반대의 목소리는 퀴어들을 더는 괴롭히지 않은 날이기도 했습니다. 서울광장을 둘러싸고 반대 집회가 벌어지던 과거와 달리 극우 선동가들이 자신들의 '승리'를 자축하며 광장과 대로에서 머물렀고, 이 결과 축제는 오히려 큰 저항 없이 진행됐습니다. 축제를 둘러싸고 크게 혐오 발언을 내뱉던 스피커도 없었고, 그 말을 외치는 사람들도 없었습니다. 가끔 축제 옆을 지나가며 회개하라고 말하기 위해 침투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현장 통제 인원들에 의해 제지됐습니다. 서울 광장에서 축제를 열지 못하도록 만들어 퀴어들을 거리로 나오게 만들었지만, 그 결과 혐오 세력과 분리가 되며 일시적이더라도 퀴어들이 더 편안해지도록 만든 것입니다. 퍼레이드에서는 부분적으로 혐오 세력의 스피커가 있었지만, 오히려 웃으며, 말을 되받아치며, 저들이 못하는 사랑을 나눠주며 나아갔습니다. 혐오 세력과 어떻게 싸워야 할지, 언제보다 뜻깊게 가슴 속에 자리잡는 행진이었습니다.
7월 1일은, 저 멀리 있지만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다른 이야기를 한 날입니다. 정상성의 기준을 확장하는 행위에 반대하며, 그동안 착취하고 탄압해 온 거대 자본과 제국주의 대사관 부스를 반대한 날이기도 합니다. 초국적 제약회사인 길리어드는 트루바다라는 HIV 예방 약품을 독점 생산하며 한달 약비는 40만 원이나 되는, 약자들에게는 더욱 고통스러운 비용을 책정하며 폭리를 취하고 있습니다. 생명보다 이윤을 취하고, 그러면서 퀴어 커뮤니티와 지속적으로 접근해 자신들의 잠재적 이윤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미국, 영국, 캐나다와 독일 등의 서방 국가들 또한 부스를 차리고 서울퀴어문화축제에 함께했습니다. 자국의 성소수자, 특히나 자본의 이데올로기 속에서 보호돼도 가치가 있고, 이윤이 나오는 소수의 사람들을 보호하며, 그 이외의 사람들, 특히나 제 3세계의 빈민, 장애인들을 착취하는 자들이 사랑과 안전, 평등, 존중을 함께 외쳤습니다. 사람을 숫자로 바라보고, 그것을 또한 방조하며, 약자들을 동일하게 보는 것이 아니라 선심 쓰듯 행동하는 이들의 핑크워싱을 반대하고, 소수자 속 소수자들 퀴어축제 안이나 밖에서 목소리를 크게 냈고, 그것이 지지받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그날 을지로 거리에는 여러 현수막이 걸려있었습니다. 여러 내용이 있었지만, 그중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중 유독 거슬리는 현수막이 있었습니다. 장혜영 의원의 이름 중 마지막 글자가 후벼파여 구멍이 뚫려있는 현수막이었는데, 거기에 누가 구멍을 뚫어놨는지 볼 때마다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 현수막의 복사본도 여러 다른 곳에 걸려있었는데, 하나같이 구멍이 뚫려져 있었습니다. 해당 의원에 대한 감정을 떠나서, 다른 민주당 의원들 이름은 놔두고 사람 이름의 마지막 글자만 뚫어 "장혜O"으로 만드는 것은 그때까지만 해도 이해가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 의문은 나중에야 풀렸는데, 사람이 많이 안 다니는 골목을 지나가다가 훼손되지 않은 현수막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거기엔, '장혜영'이 아닌 '장혜원'이 적혀있었습니다. 차별금지법 반대 세력들은 간단한 정보조차, 심지어 사람 이름조차 제대로 모르고 현수막을 제작하고, 그것조차 검수하지 않고 대량 생산해 거리에 붙여놓은 것입니다! 나중에 이름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고 스스로 그 부분만 오렸겠지만, 한 국회의원 이름에 대한 정보조차 제대로 검토되지 않는 것이 혐오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않고, 바라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으며 가짜정보를 기반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혐오를 막기 위해선, 사람을 사람답게,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서울퀴어문화축제에는, 펜스와 벽이 쳐져 있었습니다. 명목상은 혐오세력과의 충돌을 막기 위해 분리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퀴어와 앨라이들을 한 곳으로 몰아내는 역할을 했습니다. 축제 인원이 충분히 지나갈 수 있을만큼 공간은 확보되지 않았고, 좁은 곳에 밀어놓고 행동 반경을 제한했습니다. 축제 장소 또한 'ㄱ' 자로 꺾이게 되며 무대를 어디에서나 볼 수 없게 되었고, 축제 내에서 식음료 판매와 쉴 공간 또한 차별행정으로 금지되어 찜통더위 속 잠시라도 쉬기 위해선 공간을 벗어나서 멀리까지 찾아가야 했습니다. 게다가 혐오 세력과 분리는 됐지만, 오히려 저들은 원래 우리가 있던 공간을 차지하고 지배하고 있습니다. 억압은 심해졌고, 이것을 성소수자 커뮤니티, 또한 그 연대하는 내부 문제와 함께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지점에 서 있습니다. 이윤논리와 권력의 탄압과 약자의 지속적 소외에 맞서, 그리고 앞으로의 고민을 함께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 반제국주의 학습모임 반격도 함께 나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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